한국 사회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그를 계기로 짧게는 근현대 몇십년, 길게는 수백년 한국 사회를 지탱해오던 시스템이 무너지고 새로운 체제가 들어섰다.IMF(국제통화기금)는 경제 위기에 처한 한국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자본시장 개방과 고환율·고금리 정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금융·기업·공공·노동 부문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했다. 부실화된 대기업과 은행을 해체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의 정리해고를 허용했다. 이로써 오랫동안 당연시 돼왔던
상생(相生)은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는 뜻이다. 모두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렇게만 돌아가지는 않는다.많은 곳에서 격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며 몸살을 앓는다. 그런 집단, 그런 사회, 그런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 불행하다. 대한민국은 어느 쪽인가.한경협(한국경제인협회)의 전신인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2021년에 ‘국가 갈등지수’라는 것을 산출해 발표했다. 스위스 연구기관 ‘데모크라시바로미터’(Democracy Barometer), OECD, 세계은행(World Bank) 등의 자
룩셈부르크 남동부 레미히라는 마을의 한 성당에서 지난 8일(현지시각) 6·25 참전용사 질베르 호펠스(90)씨의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식장에서 뜻밖에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박미희 룩셈부르크 한인회장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고인이 생전에 다녔던 현지 세관의 관악단이 반주를 했다.이날의 ‘아리랑’은 호펠스씨가 운명하기 전에 남긴 유언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생전에 자기 장례식에서 꼭 ‘아리랑’을 불러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아리랑’이 나오면 서투른 한국말로 따라부르곤 했다고 한다. 그가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65세 지하철 무임승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광역자치단체들의 재정 부담이 감당 못할 지경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이유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도시철도 연평균 순손실 1조3165억원 가운데 무임승차로 인한 액수가 5411억원으로 41%를 차지한다고 한다.무임승차제가 처음 도입된 1984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5.9%였다. 이 비율이 작년엔 18%로 높아졌고 2030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상황인 건 틀림없다. 무임승차를 아예 없애자, 무임 연령을 높이자, 출퇴근 시간대만이라도 유료로 바꾸자는
수학자, 회계사, 경제학자가 한 일자리에 지원해 면접을 봤다. 면접관이 먼저 수학자를 불러 물었다. “2 더하기 2는 얼마입니까?” “4입니다.” 면접관은 재차 물었다. “확실합니까?” “틀림없이 4입니다.”다음으로 들어온 회계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평균적으로 4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10%쯤 가감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평균적으로는 4입니다.”경제학자는 질문을 받자 슬며시 의자에서 일어나 열려있던 문을 꼭 닫았다. 창문쪽으로 가더니 블라인드도 내렸다. 그리고 나서 면접관 옆으로 바짝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경제매체 포브스(Forbes) 1월 23일자에 ‘2023 미국 거액 자선가 25명’ 명단이 실렸다. 이들이 지난 한해 기부한 액수가 총 270억달러(33조2667억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재산 대부분이 주식인 이 억만장자들의 자산가치가 증권 시장 약세로 전년 대비 15% 줄었는데도 기부 액수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포브스는 작년 기부를 포함, 평생 누적 기부액 기준으로 25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액수는 실제 집행된 금액만 집계했다. 대외 과시용으로 자선 재단에 쌓아만 놓았거나, 서류 또는 구두로 약속만 한 미실현 기부는 제외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파로 한때 국내 시장 점유율이 바닥까지 추락했던 일본 맥주 수입이 반등세로 돌아섰다. 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액이 1156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 맥주는 오랫동안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빼앗기지 않던 강자였다. 그러다 2019년 7월 ‘노 재팬’(No Japan) 바람에 휩싸이며 수입액이 분기별 최대 98%까지 급감하며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퇴출됐었다.일본의 맥주 산업은 메이지 유신 시대에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맥주 강국의
사이먼 슈스터 타임지(誌) 기자는 4월 중순 우크라이나 정부의 허가를 받아 2주 동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일상을 지켜볼 기회를 얻었다. 그의 취재기는 4월28일 타임 온라인판에 ‘젤렌스키의 내부 세계’(Inside Zelensky’s World)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무자비한 군사대국 러시아의 침략에 홀로 맞서고 있는 약소국 지도자의 24시간은 처연하면서 묵직한 감동을 준다.젤렌스키의 하루는 새벽 5시 전방 지휘관의 보고를 받는 것으로 시작돼 다음날 새벽까지 쉴 틈없이 이어진다. 아침 식사는 늘 계란 몇 개가 전부다. 방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8억 달러의 안보 패키지와 5억 달러의 직접 경제 지원을 보낼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CNBC,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 안보 패키지에는 72개의 곡사포, 14만4000발의 포탄, 곡사포를 견인하는 72개의 전술 차량, 121개 이상의 전술 드론이 포함된다.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10만명 이상의 미군을 나토(NATO) 회원국에 배치하고 8차례에 걸쳐 34억 달러의 안보 지원을 승인했다.독일 키엘세계경제연구소(IFW KIEL)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
미국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안전하게 대피시켜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나는 탄약이 필요하다. 탈 것은 필요치 않다”(I need ammunition, not a ride). 이 한마디로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웅이 되고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되었다.미국 국방부는 전쟁 발발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사흘 안에 키이우가 함락되고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쟁은 4월 하순 현재 두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짐작하기 어려운 상
4월14일 중국 최대 금융도시 상하이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만7719명 발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역대 최고 수치다.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고 있는 나라다. ‘제로 코로나’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역 봉쇄를 비롯한 고강도 방역 조치로 감염자 수를 0으로 돌려 놓는 정책이다. 하루 전인 13일에도 시진핑 주석은 다시 한번 ‘동태청령’(動態淸零), 즉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를 강조했다.올 하반기 당대회에서 3기 연임을 관철해야 할 시 주석으로서 ‘제로 코로나’는 포기할
며칠이면 끝날 것 같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8주째를 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치욕적으로 퇴각한 러시아군은 4월 셋째 주 현재 거의 모든 전선에서 진격을 멈추고 정체해있다.모두가 원인 분석에 분주하다. 우크라이나가 세계2위의 막강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에 이렇게 맞서리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전략 전문가인 필립스 페이슨 오브라이언 영국 세인트앤드류스대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에서 거둔 승리는 예견된 결과라는 의외의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전쟁의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달포째 이어지고 있다. 속전속결로 끝내려던 러시아의 계획은 일단 벽에 부딪혔다. 아파트와 산부인과병원 같은 민간 목표물에 잔혹한 공격을 퍼부은 러시아군과 푸틴 대통령은 전 세계의 거센 비난에 휩싸여 있다.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위하고 있던 러시아군이 2일 퇴각하면서 전세에 일부 변화가 일고 있지만 앞으로의 전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만 보면 우크라이나의 함락은 시간문제일 뿐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다고 할 때 그것이 사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2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파견을 지시했다.회의 장면을 담은 한 장의 사진에서 오늘의 러시아와 푸틴의 실상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천장 높은 으리으리한 대리석 홀에서 푸틴은 위압적인 자세로 상석에 앉아있고 참석자들은 까마득한 거리에서 다소곳이 무릎을 모으고 있다.러시아 국민들은 회의를
한 사람은 수십 곳 건설 현장을 떠돌며 비지땀을 흘렸다. 다른 한 사람은 명품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스키를 타러 갔다. 둘 다 코로나에 걸렸다. 두 코로나 환자의 움직임은 그들이 거주하는 도시가 가진 두 얼굴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세계 최강국을 꿈꾼다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1월21일)과 NBC 뉴스 인터넷판(1월31일)에 잇달아 보도됐다.‘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코로나 확진자가 한명이라도 발생하면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의 동선을 철저히 추적하고 이를 공개한다. 지난 15
1월27일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1만6,096명, 사망자수는 24명이다. 누적 확진자는 79만3582명, 누적 사망자는 6678명이다. ‘K-방역’은 머쓱해졌다. 공격적인 동선추적과 엄격한 거리두기로 신규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제로 코로나’에 총력을 기울여왔으나, 결국 ‘오미크론’이란 막강한 변이 바이러스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국에 앞서 ‘코로나 청정국’을 표방했던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도 작년 하반기에 ‘제로 코로나’를 포기했다.이로써 이제 중국만이 남게 됐다. 중국은 감염자가 단 몇명만 나와도 도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아시아에서 20명의 새로운 억만장자를 만들어냈다. 부유한 사람은 더 부자가 된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으면서 대륙 전역에서 1억5000만명이 빈곤에 빠졌다.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m)이 12일 펴낸 아시아의 불평등 실태 보고서 ‘도전에 맞서’(Rising to the Challenge)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2021년 3월 사이 아시아에서 수십억달러(수조원)의 재산가 20명이 새로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의약품,
300년 전 창간 신문사 캐피탈 가제트2018년 6월 28일 미국 매릴랜드주(州) 아나폴리스 지역신문 ‘캐피탈 가제트’(Capital Gazette) 편집국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기사에 불만을 품은 30대 남자가 뛰어들어와 뒷문 비상구를 막고 닥치는대로 샷건(산탄총)을 쏘아댔다. 기자와 직원 5명이 숨졌다. 미국 언론 사상 최악의 참사였다. 타임지(誌)는 희생자들을 진실 수호를 위해 목숨을 잃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신문사에는 퓰리처상이 수여됐다.워싱턴포스트가 14일 그로부터 3년반이 흐른 요즘의 캐피탈 가제트 모습을
전 세계 수많은 유권자들이 2021년에 투표를 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티그레이 내전의 혼란 속에서도 선거를 통해 아비 아흐메드를 대통령으로 재선출했다. 에콰도르 유권자들은 좌파 정부에 등을 돌리고 친기업적 후보인 기예르모 라소에 승리를 안겼다.이란에서는 많은 이란인들이 선거를 보이콧한 가운데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잠비아는 1964년 이후 세번째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경험했다. 독일인은 올라프 숄츠와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연정에 권력을 넘겨주었다.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는 부정으로 얼룩진 선거에서 통산
필리핀의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30)가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급 경기에서 인상 97㎏, 용상 127㎏으로 합계 224㎏을 들어 올리고 금메달을 땄다. 디아스의 금메달은 필리핀이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1924년 이후 97년 만의 일이다. 필리핀 정부와 몇몇 기업은 디아스에게 3천300만페소(7억5천만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이뤄낸 극적인 인생역전이다.◆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1894년 파리에서 근대 올림픽을 창시할 때 두 개의 위원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