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유난히 잘 키워내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나이에 식물을 잘 키우는 초등학생 금손들도 온라인 식물커뮤니티에는 종종 보인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단독주택에서 살던 시절을 제외하면 집에 식물이 거의 없었고 있을 때도 관심은 없었다. 선물 받는 난이나 꽃 화분도 계절이 지나면 죽고 마는 이른바 '연쇄살식마'였다. 2020년 3월 회사를 그만 두면서 식물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갑자기 집에 머물게 되면서 우울감으로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던 때다. 불면을 청산해보려고 베란다에서 먹는 식물을 키웠다. 물만 줘도 두 세달만에 잘 자
스트레스가 있거나 마음이 힘들 때면 식물 앞으로 간다. 식물을 들여다 보거나 돌보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고 불안감, 걱정을 잊는 경험을 많이 해봤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식집사들이 플랜테리어 목적보다는 휴식과 위안을 위해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2020년 팬데믹 직후, ‘코로나 블루’로 불린 우울 증세를 겪은 사람들 상당수가 식집사의 길을 선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식물을 키우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며, 심지어 신체 건강도 좋아진다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만은 아니다. 과학적 연구 결과들도 많다. ‘가드닝이 건강에 미치는
회사 다닐 때부터 있었던 디스크 증상이 악화돼 올 여름에 디스크 시술을 받았다. 시술을 받으면 오래 앉아 있지 말고, 대개 무거운 것을 들지 말라는 경고를 받게 된다. 열대관엽식물을 키운지 올해로 4년째 되자 식물들이 아주 커졌다. 잎 한 장 한 장이 40,50cm가 넘는 식물들을 욕실로 날라서 물 샤워해주는 것이 나름 즐거움이었는데 더는 못하게 됐다. 나는 대품 특히, 잎을 감사하는 열대 관엽식물은 커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대품 러버다. 대품을 선호하는 식집사들은 대개 식테크가 쉽지 않다. 식물은 가격 변동성이 극히 높다. 특히
올해 나의 베란다는 방울토마토 미니 농장이었다.방울토마토와 큰 토마토 등 총 24그루를 키웠는데 큰 토마토 품종은 제외하고 20그루가 풍성하게 가을까지 열매가 열렸다. 우리 집은 방울토마토를 요리할 때도 쓰고 간식으로도 많이 먹는다. 1kg 짜리 한 팩을 평균 3,4일이면 다 먹는다. 20그루 정도의 방울 토마토에서 나온 열매 덕분에 6월말부터 9월초까지는 토마토를 거의 안 사먹었다. 여름철 가격 기준 1kg한 팩에 평균 10,000원 잡고 두 달 보름 정도에 23통이라 치면 23만원이 절감됐다. 그런데 정말로 ‘절감’된 것이 맞을
반려 동물이나 반려 식물을 키우면서 장기 여행을 가는 것은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이다.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믿을만한 지인에게 맡기기도 하고, 반려동물호텔 등 위탁 시설에 맡기기도 한다. 반려동물과 달리 반려식물은 아직까지는 위탁 시설이 드물다. 가까운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8월 31일~9월 4일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 시기에 일본 여행을 가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오래전부터 어머니를 모시고 여동생과 셋이 다녀오기로 한 것이었다. 5일의 일정은 길진 않지만 2년 전 해외여행 후
청주에 사는 식집사 파인데이님의 베란다는 어번 정글 플랜테리어의 사례와도 같다. 도시속(어번) 정글 같은 파인데이님의 베란다 정원을 보면 이 말이 이해가 된다.그의 베란다 정원을 보는 식집사들은 "타잔이 나타날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베란다는 마치 열대 우림속 공간 같은 분위기를 낸다. 키도 크고 잎 하나 하나가 큼지막한 필로덴드론, 안스리움, 몬스테라 알보 같은 열대 관엽들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베란다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천장에는 풍성하게 자란 고사리, 호야, 디시디아, 박쥐란 같은 천정에 걸어놓은 행잉 플랜트들도 걸려
홈인테리어를 직접 할 정도로 관심이 많던 정호성님은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식물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40년전 시가로 5억원을 호가하던 130종의 선인장을 대구수목원에 기증하신 고 정주진님이다. 그러다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시기 관엽 식물에 빠져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식물을 사들였다. 그전까지 인테리어에서 뭔가 채워지지 않던 허전한 부분에 식물이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순식간에 식물들이 늘어나자 그 때부터 다시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정호성님은 31일 인터뷰에서 “식물 자체도 멋있지만
요즘 식집사들중에는 주거 환경에 따라 식물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키우는 사람들도 많다. 온라인 식물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의 합성어, 식물로 인테리어를 한다는 의미)로 유명한 식집사들의 집을 3회에 걸쳐 소개해본다. 실내와 실외 모두 많은 식물을 깔끔하게 키우는 ‘따듯함뜰’ 님댁대구 근교에 거주하는 식집사 ‘따뜻함뜰’ 님은 운영하던 뜨개 공방을 팬데믹 때 접고 대구 근교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2021년 봄부터 실내에 열대 관엽 식물을 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우기
여름에는 대개 식물이 잘 자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3년전 여름, 열대 관엽 식물에 푹 빠져서 관엽식물 식쇼핑에 빠졌던 필자도 그랬다.하지만 필자가 가장 많은 열대관엽 식물과 가장 비싼 식물들을 죽인 건 일년 중 여름이었다. 여름에 더 키우기 어려운 식물들은 생각보다 많다. 고온 다습해지면 동물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각종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 게다가 여름 최고 기온이 점점 경신되고 있다. 사람도 폭염으로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질병과 사망이 늘어나듯이 대부분의 동물이나 식물들도 각종 병균에 취약해진다. 많은 초보 식집사들은 식
식물 키우기에도 유행이 있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어느 순간부터 사진이 늘어난다. 여러 식물 커뮤니티에서 계속 회자가 된다.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가격도 조금씩 오른다. 이같은 상황이 나타나면 유행하는 식물이라고 보면 된다. 한 때 광풍이 불었던 희귀 열대관엽식물이 인기가 식는 동안 최근에 고사리나 호야 괴근식물 등의 인기가 뜨겁다. 대표적인 식물이 고사리다. 고사리 중에서 찾는 사람이 늘어난 건 아디안텀 고사리들이다. 아디안텀의 하늘거리는 잎과 일부 종에서 보이는 새 잎의 진한 분홍빛 색감은 식집사들을 매료시킨다. 아디
중고 커뮤니티에서는 사고 파는 거래도 이뤄지지만 무료로 물품을 나눔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지역 기반 당근마켓은 나눔이 많다.가끔 더 이상 안 쓰는 물건들을 나눔한다는 글을 올린다. 그러면 나눔 물품을 원한다는 채팅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온다. 이 때 채팅창에는 채팅을 보내온 대상이 ‘최근 30일간 나눔을 00 번 이상 받았다’는 메시지가 뜬다. 40회 이상 나눔을 받았다는 사람이 뜬 적도 있다. 무료로 나눠 주는 물건을 수집하는 이런 사람들을 나눔 헌터라고 부른다. 식물 커뮤니티는 다른 취미 분야에 비해 나눔 헌터가 많다고 한다.
반려식물을 키우다 보면 씨앗부터 키워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단계가 온다. 작은 씨앗에서 조그만 새싹(떡잎)이 나와 큰 식물로 자라는 것을 지켜 보는 것이 꽤 흥미롭기 때문이다. 은근히 중독성도 있다. 그래서 식집사들은 '파종병'이라고 부른다.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운 첫 해에는 파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씨앗을 커다란 식물로 키워내는 건 노련한 가드너의 영역처럼 생각됐다. 그러다 2021년에 알보몬스테라 장인으로 유명했던 관엽 수집가에게 알보몬스테라 씨앗 두 알을 받아 쑥쑥 잘 크는 몬스테라로 키웠다. 생각보다 잘 자라서 자신감이
반려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원예 문화가 발달할수록 키우는 식물의 종류도 더 분화되고 특화되는 경향이 생긴다. 열대 관엽 식물 중에서도 안스리움만 키우는 식집사도 있고, 제라늄같은 온대성 꽃 식물만 키우는 식집사도 많다. 감자 고구마 같이 생긴 아프리카 괴근 식물을 주로 키우거나 고사리 종류만 키우는 식집사도 늘었다. 텃밭이 없어도 먹는 식물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 중에는 특정 유실수에 집중하는 식집사, 미국 유럽의 가보 토마토 품종만 키우는 식집사 등등 다양하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이제는 식물에 관한 공부를 하고
온라인 식물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는 글 중 하나는 벌레에 관한 것이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면 식물에 벌레가 생겼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늘어난다. 답글의 상당수는 바로 살충제, 즉 농약을 쓰라는 글이다. 농약을 권유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식집사들 사이에 농약은 보편화돼 있다. 농약 쇼핑을 간다거나 수집한 농약들을 자랑스럽게 올리는 게시글도 넘쳐난다. 농촌에서 농약을 남용한다고 비판하지만 식집사들도 농약을 남용한다. 그만큼 벌레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고 볼 수도 있다. 뿌리파리, 응애, 총채벌레 등의 벌레는 식물을 망가뜨리거나
열광의 대상이 되는 변이종, 즉 무늬 식물은 여전히 일반 식물보다는 구하기가 어렵고 키우기는 더 어렵다. 변이가 발생한 식물은 일반 식물보다 잎에 엽록소가 부족한 만큼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커다랗게 잘 자란다 해서 ‘괴물’이라는 뜻의 몬스터에서 유래한 몬스테라 조차도 키메라가 발생한 알보 바리에가타는 일반 몬스테라보다 키우기가 어렵다. 키우기도 어려운데 무늬가 아예 사라지거나 엽록소가 사라져 창백한 잎만 남는 경우도 흔하다. 환경이 좋아지면 일부 무늬 식물은 무늬가 사라지고 본래의 초록잎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식물은 건강
관엽 식물 중 돌연변이로 잎에 무늬가 나타난 식물들이 있다. 이른바 키메라가 나타난 식물이다. 키메라는 하나의 생물체 안에 유전 형질이 다른 세포가 함께 존재하는 것을 일컫는 생물학 용어다.식집사들은 이 돌연변이에 열광한다. 돌연변이라 희귀한 만큼 같은 종안에서 무늬가 없는 정상 개체보다 비싸다. 많은 식집사들 변이가 온 무늬종 식물을 갖고 싶어 애를 태운다. 알보몬으로도 불리는 몬스테라 알보 바리에가타는 1년반~2년 전에 마디 단위로 잘린 잎 한 장 짜리 삽수가 100만원이 넘게 거래됐다. 정상적인 일반 몬스테라 가격의 100배가
식물을 키우면 원하지 않아도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만남이 있다. 벌레들이다. 식집사 몇 년만에 뿌리파리, 응애, 총채벌레 같은 벌레들이 모기나 파리처럼 익숙해졌다. 부정적 의미에서 '반려 벌레'가 됐다. 파리, 모기나 바퀴벌레 같은 존재에 비하면 식물에 따라 다니는 벌레들은 인간을 직접 위협하지는 않는다. 대개는 움직임도 굼뜨고 작다. 그럼에도 인간이 아끼는 식물을 죽게 만들어 때로는 식물을 포기하고 좌절하게도 만드는 막강한 존재다. 2020년 봄에 허브와 채소들을 베란다에서 키운 첫 해는 벌레들과 일진 일퇴 공방전을 벌인 해였다.
우리 나라 인구 중 4분의 1이 넘는 1,448만명이 반려 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정보를 기초로 지난 해 추정한 수치다. 가구수 기준으로 604만 가구다. 한국 전체 가구의 29.7%에 달한다. 반려 식물을 키우는 사람 중에는 개나 고양이, 파충류 등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정말 많다. 대부분의 반려 동물은 먹는 것이 아니라면 관상용 식물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놀이를 좋아하거나 호기심이 많은 반려 동물들은 식물을 먹어 보거나 씹기도 한다. 가끔 온라인 식물 커뮤
지난 2월과 3월, 영국에서는 채소와 과일 품귀 사태가 벌어졌다. 슈퍼마켓에서 토마토, 오이, 고추, 양상추 등이 품절되고 식당에서는 샐러드 종류가 판매 중단됐다.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급등해 지난해말 이후 내려오던 영국의 소비자물가가 2월에 다시 10.4%로 치솟기까지 했다. 영국이 채소와 과일을 주로 수입해오는 스페인과 모로코가 영국에 대한 과일 수출을 줄였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들 나라는 이상 기후로 과일 산출량이 급감해 수출을 줄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영국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겨울에는 남쪽의
식물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알록달록한 꽃이나 초록 잎이 싱그러운 식물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계절이다. 집 근처에 식물원이나 화훼 단지가 있다면 나들이를 가보자. 식물을 키우는게 처음이라면, 키우기 쉽고 저렴한 식물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큰 마음 먹고 들인 식물이 죽기라도 하면 기쁨과 위로 대신 스트레스가 찾아온다. 마당이 없거나 남향이 아니라고 식물을 못 키우는 시대도 아니다. 실내 가드닝을 도와주는 장비들이 많다. 특히 식물의 광합성을 돕는 식물등은 실내 가드닝의 한계를 넘게 해주는 대표 장비다. 처음 식물을 들일 때는 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