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제시한 21세기 안보분업체계기시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4월9일-14일)은 미국은 일본을 더 크게 활용하고 일본은 더 적극적으로 미국에 이용당하겠다는 양측의 교묘한 이익을 일치시키는 행사가 되었다. 미국은 이를 21세기 새로운 안보분업 체계를 만드는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과시했다. 미국의 새로운 안보분업 체계는 종래의 미국을 중심으로 양자동맹으로 연결되는(hub and spokes) 안보협력망을 보다 촘촘하게 횡적으로도 연결되는 ‘격자형 네트워크’로 보강하는 것이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봉쇄망이다. 한·미·일, 미
한국 사회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그를 계기로 짧게는 근현대 몇십년, 길게는 수백년 한국 사회를 지탱해오던 시스템이 무너지고 새로운 체제가 들어섰다.IMF(국제통화기금)는 경제 위기에 처한 한국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자본시장 개방과 고환율·고금리 정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금융·기업·공공·노동 부문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했다. 부실화된 대기업과 은행을 해체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의 정리해고를 허용했다. 이로써 오랫동안 당연시 돼왔던
상생(相生)은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는 뜻이다. 모두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렇게만 돌아가지는 않는다.많은 곳에서 격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며 몸살을 앓는다. 그런 집단, 그런 사회, 그런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 불행하다. 대한민국은 어느 쪽인가.한경협(한국경제인협회)의 전신인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2021년에 ‘국가 갈등지수’라는 것을 산출해 발표했다. 스위스 연구기관 ‘데모크라시바로미터’(Democracy Barometer), OECD, 세계은행(World Bank) 등의 자
지난 3월 28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UN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활동은 연장되지 않고 4월 30일 종료하게 되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2006년 10월 북한의 최초 핵실험 직후 에 의거하여 설립되었다. ‘전문가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북한제재를 위반하는 불법거래를 감시하기 위해 설립되어 매년 연장되어 왔다. 한국은 패널을 종료하는 것은 범죄현장의 CCTV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의 전 국무부 고위관리는 ‘북한핵 위협 저지를 위한 국제협력
지난 3월 4일(미국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연방대법관 9인의 만장일치로 ‘트럼프의 대통령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법원의 관할권이 없다’고 판결하여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출마를 허용했다. 2023년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가 2020년1월 국회의사당 난입을 사주한 국가반란 혐의로 1868년의 14차 수정헌법 3항에 따라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연방대법원 판결의 헌법적 의미14차 수정헌법 3항은 ‘헌법 수호를 서약하고도 반국가적 반란을 일으키거나 여적죄를 범한 자는 상하원의원, 대통령과 부통령,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지원예산안이 지난 2월 13일 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우크라이나가 고전하고 있다. 전 세계가 오는 11월 5일의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그것이 한국의 위기일지 기회일지는 한국 스스로의 능력에 달렸다.각자도생과 국제협력이 공존하는 세상이 도래한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이웃 국가를 침략했으니 침략에 대한 안보리는 응징 권능이 사실상 사라졌다. 대러 경제제재는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의 이탈로 그 효과는 미미하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주요 강대국들이 각자도생하는 다극
전쟁이 길어지면 정치전쟁이 된다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신년 1월 1일자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인터뷰기사를 실었다. ‘젤렌스키가 전쟁 2년을 결산하며 미국과 유럽의 지원 감소에 화났다’는 내용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으로 국제적인 관심도 떨어졌다. 전쟁이 장기소모전이 되면 정치전쟁이 된다. 그 담보물은 국민의 의지다.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명백한 적’이 존재한다는 것은 권력유지에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전쟁의 계속 여부는 국민의 의지가 아닌 푸틴과 트럼프에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이 3년째로 접어들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무력침공했다. 그동안 선전하던 우크라이나는 2월17일 동부지역의 아우디우카에서 철수했고 지난 2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 31,0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실제 전사자는 그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이 전쟁은 과거와 미래의 전쟁 양상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끝없는 평원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전쟁, 새로운 전술전쟁초기에 혹자는 이를 네트워크 전쟁이라고 불렀다. SNS로 중계되고 민간인이 SNS를 이용해 사실상 군작전에 참가하기
부작용의 영어 표현은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이다. 나쁜 작용이라는 뜻이 아니라, 소기의 목적 외에 부차적인 효과를 의미한다. 약의 포장지를 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해서 적시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질병은 고치지만 다른 효과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복용에 주의하라고 한다. 약 부작용에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탈모방지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 탈모방지제를 개발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부작용의 경제학적 표현은 외부 효과(external effect)이다. 편리한 플라스틱 용기가 쓰레기로
매년 2월 독도에 관한 언쟁으로 시작하는 한일외교2006년 이후 일본 시마네현은 매년 2월 22일을 소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고 기념식을 한다. 일본은 1905년1월28일 내각의 결정과 2월 22일 소위 시마네현 고시 제40호로 ‘무주지’인 독도가 일본영토로 편입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은 매년 이 시기에 독도에 관한 언쟁으로 대일외교를 시작하고 이 갈등의 지뢰밭을 지나면 역사교과서문제와 야스쿠니신사 참배라는 ‘계절형 지뢰밭’이 또 펼쳐진다. 독도는 한국의 주권의 상징이며 역사문제다변영태 외무장관은 1953년7월의 ‘독도 성명
되풀이되는 외교 딜렘마한국의 외교는 매년 2월 22일 일본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행사에 대한 대응과 3.1절 기념사로 시작한다. 그러나 올해는 좀 더 복잡할 것 같다. 북·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지난 9일 기시다 총리가 대북관계 개선 의지를 시사하자 15일 북한의 김여정이 기시다의 북한방문 가능성을 시사하는 담화로 화답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을 건’ 레토릭(말장난) 같아도 한국의 가장 민감한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은 틀림없다. 한편 NHK 등 일본언론은 14일 ‘기시다 총리가 3월 20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미국 메이저리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6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은 공무원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소비자들이 PHMG와 PGH이라는 화학물질이 주원료인 살균제가 든 가습기를 사용했다가 사망 또는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2022. 3. 31. 기준으로 피해 신고자가 7,685명이고, 그 중 사망자가 1,751명에 이른다. 이번 재판은 가습기 살균제로 본인이나 가족이 피해를 본 김모씨 등 5명이 가습기
정치권력이 썩으면 결국 나라가 무너진다. 조선은 임진왜란(1592)과 정묘호란(1627), 병자호란(1636) 등 연이은 전란의 피해와 족벌 ‘세도정치’로 인해 1800년 이후 사실상 (오늘날 개념의) ‘실패국가’가 되었다. 결국 조선은 19세기 말 30여년간 일본에 농락당한 후 1910년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나라의 불행은 정치권력자들의 무능과 사욕에서 비롯된다. 나라가 무너지면 젊은이들이 운다‘실패국가’ 조선은 우리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1871년의 ‘신미양요’는 강화도에 상륙한 미군이 압도적인 화력으로 조선군을 일
북한의 최근 도발은 대북한정책을 일신하는 기회를 준다북한에서는 김정일이 아버지(김일성)의 ‘작품’인 옥수수 대신 감자농사를 강조한 것도 큰 ‘사변’이었다. 그런데 김정은은 ‘통일과업’을 부정하며 전담조직을 폐지하고, 아버지(김정일)가 세운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마저 철거했다. 지난 7일 김정은은 어린 딸 김주애를 공식행사에 데리고 다니고, 측근들은 딸앞에서 절절 기며 충성을 과시하는 장면은 기괴하다. 그것은 권력을 과시하는 가장 극한적인 장면이다. 최근의 도발행태는 그 연장선에 있다. 한국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은 그 현상을 객관적으
경제 용어에 회색 코뿔소와 블랙 스완이 있다. 이론적 배경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제 현상을 잘 설명하는 두 용어이다. 블랙 스완(Black Swan)은 검은 색의 백조가 태어난 경우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터지면서 경제가 갑작스럽게 위기에 빠지는 경우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제가 갑자기 멈춰버리고 깊은 위기 속으로 들어간다. 권투로 치면 강한 스트레이트나 어퍼컷 한방에 KO 당하는 경우이다. 경제 주체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면서 위기 대응을 하게 된다. 정부는 강력한 경기 부양
남북관계는 연초부터 북한 김정은 정권의 무모한 도발과 무례하고 거침없는 언사에 의해 국내외적으로 많은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북한은 ‘전쟁이냐 평화냐’ 그리고 우리내부의 편가르기를 유도하는 고도의 심리전술도 구사하고 있다. 특히 가장 두드러진 것은 남북관계를 ‘전쟁중인 교전국가 관계’라고 하면서 대남사업기구인 조평통 등을 폐지하고 전쟁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을 편입시키겠다고 하는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행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그동안 도모해 왔던 공산전체주의 북한체제로의 통일이 어렵게 된 상황에서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활
전쟁분위기 조성은 북한의 전통적인 정치공학 기술이다2024년은 큰 북한 뉴스 없이 새해를 맞이했다. 북한은 지난 14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했다. ‘북한이 연일 대포 쏘고 미사일 발사하고 수중핵드론을 시험하면서,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것이 큰 뉴스가 아니라는 말인가’라고 반문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북한이 뭔가를 쏘면서 협박하는 것은 새로운 위협은 아니다. 북한도 전쟁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적절히 유의하는 것 같다.그리고 이미 작년 7월부터 선을 보이기 시작한 남북 ‘두 개 국가론’은 기시감도 있다. 이미 30
외교로 과거를 바꿀 수는(送舊) 없지만 새해에는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영신(迎新)하는 외교를 기대할 수는 있겠다. 조 장관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당한 외교, 반듯한 나라’를 꿈꿔왔지만 그런 나라는 외교관들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며, 엄중한 지정학적 환경에서 외교는 국론 통합과 초당적 접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가 국내정치와 역사트라우마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있다.(필자의 칼럼은 보통사람들이 국제사회와 외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목적이다. 그러나 이 칼럼은 조 장관의 성공
역사의 교훈과 트라우마좋든 나쁘든 과거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교훈이 된다. 한국의 주변국들은 새로운 정권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한국을 침략하곤 했다. 요즘 TV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고려거란 전쟁이나 임진왜란, 병자호란, 메이지유신 직후 일본의 소위 ‘정한론’이 그런 사례들이다. ‘원숭이 앞에서 닭을 죽여 경고한다(살계경후·殺鷄警猴)’는 고사성어처럼 ‘한국을 닭으로삼는 것’이다. 이 경우 ‘약하면 닭이 된다’고 인식하고 다시는 닭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 역사의 교훈이 되고, ‘한국이 닭이 아니었다’라고 역사를 미화하는 것
2024년 1월 1일 새해가 시작했다고 한국외교가 새로 출발 할 수는 없다. 전편에서 언급했듯이 외교는 과거의 연장이다. 과거사를 외교로 바꿀 수도 없다. 그러나 현재의 외교로 좀 더 좋은 미래를 만들 수는 있다. 우리의 역사관과 정의의 기준, 가치와 이념이 현재의 외교행태에 영향을 미친다.정의, 가치, 이념(이데올로기)정의는 사회질서의 핵심 규범이다. 그 기준은 전통과 관습, 즉 역사경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정의를 존중하고 지키는 것이 곧 가치다. 이념은 정의와 가치 개념을 포함하는 좀 더 넓은 규범이다. 그것은 권력을 대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