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아리랑 시리즈 21회 '긴 병에 효자없다'에서 욕창에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두고 떠나는 아들의 모습을 다루었다. 최근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욕창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나 고통이 심하면 고통없이 여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해달라며 요양원에 어머니를 두고 뒤도 안돌아보고 문을 나설까. 요양원은 치료를 하는 요양병원이 아니다. 마지막 생을 책임지는 호스피스 병원도 아니다. 다행히 요양원에 입소한 엔젤의 욕창은 많이 좋아져 새살이 돋아나고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식단표를 짜다가 지우기를 여러 번 해야 주간 식단표를 완성할 수 있다. 식단을 짜면서 ‘영양사도우미 http://www.kdclub.com/’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한다. 유료로 식단표를 제공하고 있지만 몇 만원 아끼자고 가입은 안하고 포토게시판에 올라온 사진만 참고해 식단을 짠다. 계절 채소는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요즘엔 어떤 재료로 국거리를 이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좋다.연세가 들면 그런지 엔젤들은 면을 참 좋아한다. 주말에는 국수를 빼놓지 않고 메뉴에 넣는다. 가끔 짜장면이나 짬봉을 내놓는 날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서인지 점심을 먹고 나면 눈꺼풀이 내려앉는다.케어팀장, 간호팀장, 복지사, 물리치료사와 함께 요양원에서 8km 정도 떨어진 읍내 돈까스 맛집에서 입사 이후 처음으로 외식을 했다. 주방에서 열심히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 조리하시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으나 팀장들 팀웤을 위해 코에 봄바람도 불어넣을 겸 나섰다. 지난주부터 공지를 했더니 다들 시간을 비워줬다. 다들 엔젤들을 돌보느라 정신들이 없다. 영양사야 주별로 식단 짜고 들어오는 식재료를 검수하면서 주방에서 올라가는 음식체크한 뒤 잠깐 엔젤들이 식
엔젤C와 엔젤K는 부부다.3년 전에 요양원에 들어와 현재까지 생활하고 있다. 시간 앞에 장사없다고 엔젤 C와K는 갈수록 건강이 좋지 않다. 특히 치매가 심해지고 있다. 엔젤 C와 K는 재혼이다. 엔젤C의 본부인이 사망하고 재혼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바람이 나 집을 나온 뒤 K를 만나 살림을 차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젊은시절 건축업을 했다는 C는 그런대로 재산을 모아 아들 둘, 딸 하나를 두고 살았다. 치매가 진행되기 전에는 아침, 저녁 지성으로 아내를 챙겼다. 식사시간 전에는 엔젤C를 찾아 식사 맛있게 하라고 인사말도 전하고 아
“그럼 내일 입소를 하실건가요?”“아니요. 토요일까지 말씀을 드려보고 결정하고 싶은데요.”50대 후반의 부부가 고관절 골절로 1년 넘게 노인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시겠다며 찾아왔다. 상담을 하는 도중 큰아들이라는 덩치 큰 남자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남편이 요양원 입소를 토요일까지 미루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아내는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바라본다.7년 넘게 집에서 몸이 안 좋은 시어머니를 모셨다. 시어머니는 1년 전 마실 나갔다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져 입원을 했다. 하루가 멀게 면회를 다녔다. 침대에 누워 거동을
“여보세요?”“.....”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방금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떨리는 목소리였다.“....., 아... 예...”영양사가 된 뒤 가족들로 받은 사망을 전하는 첫 전화다. 한참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른 채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당황스럽게 전화를 받는 것을 본 사회복지사가 전화를 건네받아 응대했다.엔젤G가 세상을 떠났다. 젊은 시절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건장한 체격조건에 식성이 좋았다. 제공되는 음식을 눈 깜짝할 사이에 식판 바닥이 보일 정도로 뚝딱 해치웠다.엔젤G가 이상증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감염
22일 대설 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하루 종일 하얀 눈이 내린다.창밖으로 바라보는 눈은 포근하고 소담스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출근길 도로는 빙판이고 지리산 자락은 꽁꽁 얼어붙었다.어린 시절 문고리를 잡으면 쩍하고 손이 달라붙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하로 떨어진 기온은 몸을 움츠리게 한다.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다. 요양원 직원들이 모여 팥죽에 들어갈 새알을 비볐다.엔젤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새알을 비볐다. 주방에서는 팥을 쑤느라 바쁘다. 동지는 설에 버금가는 중요한 절기 가운데 하나다. 예전에는 작은 설로
비가 온 뒤 기온이 내려간다. 손도 시리고 어깨가 절로 움츠려 든다.바람에 낙엽이 나부낀다. 11월 중순부터 요양원에 다시 코로나가 대유행이다. 다행인 것은 2차감염이어서 그런지 중증 없이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 요양보호사부터 입소한 엔젤들까지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엔젤들이 있는 2층 숙소는 접근불가다.코로나 감염이 안 된 엔젤들을 격리하고 있는 중인데 효과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엔젤들을 못 본지 열흘이 넘어가고 있다. 다들 잘 극복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 와중에 김장을 마쳤다. 무려 2천포기가 넘는 배추를 절여서 양념을
인생에 있어 지금이 가장 젊을 때라는 말이 실감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16일 출근길에 맞이하는 자욱한 아침 안개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분위기다.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을 달리다 무심히 바라보는 풍경, 형체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아삼삼함이 되레 마음의 평온함으로 다가온다. 안개 속을 달릴 때면 가끔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생각난다. 사회적 관계를 떠나 인간 개인사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아주 담담하게 끌어가는 구도가 마치 안개 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있다. 안개처럼 정
지방에 살면 문화적 혜택이 아쉬울 때가 있다. 노인의 존엄사를 다룬 영화 ‘다 잘된 거야’를 보기 위해 지리산 남원에서 전주까지 1시간 넘게 운전을 하고 가서 보고왔다. 영화 ‘다 잘된 거야’는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가족 이별을 그리고 있다.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한 아빠 앙드레 뒤솔리(앙드레)는 딸 소피 마르소(엠마뉘엘)에게 “끝낼 수 있게 도와달라”는 황망한 부탁을 받으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영화 ‘다 잘된 거야’는 끝을 선택하고 시작된 작별에 대한 이야기다.아빠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 너머로 돌아가신 이어령 교수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볼륨을 높이고 자동차 속도를 줄였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이어령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3년간 병상에서 자필로 쓴 책 “눈물 한방울”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아마 포장된 이어령이 아니라 날것 이어령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쳐지나갔다.이어령은 컴퓨터를 누구보다 잘 다루던 사람이다. 책상 위에 커다란 모니터를 두 대 놓고 집필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최근에는 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직접 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목소리
엔젤K는 배회하는 습관이 있다. 무언가에 쫓기듯 한 곳에 있지 못하고 항상 불안해한다.가방을 메고 집에 가겠다고 출입문 앞에 앉아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을 유심히 지켜본다.잠시 한눈을 팔면 바로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문을 흔들어댄다. 고졸 출신인 엔젤K는 집중력과 사물에 대한 집착력이 큰 편이다. 엔젤K는 젊은 시절 특정한 직업이 없이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온전하게 걷지도 못하는데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출가한 딸밖에 없어 집에 가면 돌봐줄 가족도 없다.요양원에 입소하면 심리적 입소거부 상태를 지나 순응하고 적응하는 단계로 접어
노인요양원도 코로나 마스크를 벗고 서서히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절차가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가족들이 대면 면회가 시작되면서 조용하던 면회실이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빈다. 바깥 출입을 전혀 못했던 엔절들이 요양원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을 간간히 볼 수 있다. 사소한 것 같았던 일상이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코로나를 통해 배웠다. 전남 곡성에서 열리는 장미축제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다녀왔다. 아침부터 볶음밥을 만들어 꼬마주먹밥을 만들어 김가루을 입혔다. 휠체어는 기본, 간식, 음료수, 플랑카드....고마운 것은 초여름 같던
코로나 4차 접종까지 했건만 비켜가지 않고 앓을 사람은 다 앓고 난 뒤에야 요양원이 정상화 되었다. 코로나가 발생하면 대처하겠다고 만들었던 매뉴얼은 오간데 없고 무용지물이었다.다행히 어르신들이 무사히 어려운 시기를 넘겨 다행이다.요양원 어르신들 사이에는 나름 위계와 서열이 있다. 그룹도 다양하게 나누어져 있다. 요양원은 식사를 할 때 홀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져 서로 마주보고 식사를 하는데 자리도 항상 같은 곳을 고집한다. 좌우가 나뉘어진 뒤 각각 서로의 연대의식 같은 것이 형성되는 것 같다. 신체 활동이 원활한 엔젤L
고스톱을 치고 싶어도 짝이 맞아야 논다.엔젤K는 아침식사를 하고 난 뒤 물리치료를 받고 침대에 앉아 혼자 그림 놀이를 한다.화투짝을 들고 산다. 엔젤K와 고스톱을 치는 멤버가 있었다. 어느 날 엔젤B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는 요양원 전체에서 고스톱을 칠 수 있는 사람이 엔젤K와 나머지 한 명 밖에 없었다. 엔젤K는 혼자 놀기를 시작했다. 방 문 앞을 지나가다보면 혼자 앉아서 화투짝을 떼고 있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경남 하동이 고향인 엔젤K는 화개장터에서 한 판 놀던 가락이 있어 기분파다. 노래도 잘하고 술도 한 잔
“여기는 언제 졸업을 하는 거여?”오전 프로그램을 마친 뒤 쇼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엔젤G가 건넨 말이다.순간 당황했다.졸업?요양원에 온지 3년이 넘어가는데 왜 졸업을 안시켜주냐고 했다. 대통령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요양원에서 시험을 치러 성적이 좋으면 졸업을 시켜야한다고 했다. 아마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대부분 어르신의 마음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집단생활이 좋을 리 없다. 특히 코로나 팬더믹으로 대부분 비대면으로 면회가 이루어지면서 어르신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강도는 그 어느 때 보다 심할 것이다. 엔젤G는
엔젤C와 K는 부부다. 같이 요양원에 입소해 있다.둘은 치매다.아내인 엔젤K는 남편인 엔젤C가 잠시만 안보여도 찾는다. 의부증이 심하다.다른 여자 엔젤이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여자 요양보호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휠체어를 타고 가 욕을 해댄다. 민망할 정도다.둘째부인인 엔젤K는 젊어서부터 남편 엔젤C를 항상 감시하면서 불안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눈에 안보이면 찾고 보이면 둘은 하루 종일 티격태격 이다. 남편인 엔젤C는 얼마 전 집을 처분했다. 서울에 사는 큰 아들 내외가 내려왔다.집을 처분하기 전 장남에게 어느 정도 챙겨주기
함박눈이 내리는 날 저녁,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아버지인 엔젤K를 요양원에 입소시키고 싶다는 전화였다. 치매증상이 있는 엔젤K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전화를 했다고 한다. 담당 직원이 퇴근을 한 상황이어서 다음날 아침에 다시 전화를 하기로 했다. 엔젤K의 딸 연락처와 주소를 받아 적었다.면사무소와 파출소에서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시골집에 거동을 할 수 없는 어르신을 혼자 둘 수 없으니 시설로 모셨으면 좋겠다는 전화였다. 엔젤K는 요양시설에 가는 것을 그렇게도 싫어했다. 하지만 시집 간 딸도 이제는 더 이상 버틸
매섭던 아침 추위가 물러나고 햇살이 유달리 따사롭게 내리쬔다.주방에서는 점심 준비를 하느라 도마 위에서 칼날이 다듬이 위에 방망이 소리처럼 리드미컬하게 춤을 춘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일과다. 하지만 어젯밤에 엔젤A가 하늘나라도 떠났다. 오랜 지구여행을 마친 엔젤A가 떠났다. 어느 엔젤도 엔젤A에 대해 묻지 않는다. 대부분이 치매를 앓고 있어 엔젤A가 같이 있었는지 모를 수 있다.엔젤A는 대도시 시청에서 고위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자녀들을 잘 키웠다고 주변의 칭송이 자자한 분이었다. 젊어 술을 좋아해 밤늦게 술자리를 끝내고 집
세밑이다.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늦은 밤 주변이 고요하다.이번 주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요양원 내부적으로는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엔젤시스템에 지난해 급여계획에 대한 평가를 한 뒤 내년 급여계획을 입력해야 한다. 기독교 법인 요양원이어서 크리스마스에 맞춰 큰 상 차림을 해 잔치를 했다. 요양원에서 지내는 모두가 백신 3차접종을 이미 마쳤기 땅콩 가능했다 하이라이트는 직원들 종무식! 여수 바닷가에서 회를 떠와 상차림을 했다. 다들 만족했지만 주방 여사님들과 영양사는 파김치가 되었다. 남자 영양사여서 주방